진해 군항제, 벚꽃은 잠깐이고 남는 건 사진 한 장이라니

봄마다 벚꽃 소식에 발목 잡혀 도시락 싸들고 나가는 분들 정말 많죠. 근데 막상 현장을 가 보면 길게 줄 선 사람들, 셀카봉 숲, 흐느적거리는 꽃잠, 그리고 귀를 찌르는 인공음료 배달 오토바이 소리까지. 풍경이라고 하기엔 너무 시끄럽고, 그렇다고 조용히 구경하자니 자리조차 내주질 않습니다. 예전엔 이맘때만 하면 진해 시내가 단 하나의 큰 무대였는데 말이죠.

그런데 말이죠, 벚꽃 자체보다 더 흥미로운 게 있어요. 진해 군항제라는 이름이 어디서부터 왔는지 아시나요. 군항이라는 단어가 붙은 이유는 이 일대가 조선 시대부터 해군 기지로 기능했기 때문이래요. 율포왜관, 진해대로, 덕산진 요새 같은 흔적들이 도로명이고 건물명이고 여기저기 남아 있습니다. 벚꽃을 보러 왔다가 엉뚱하게 옛 해군 시설 표석을 발견하는 경험을 하실 수 있어요. 사실 저도 그 표석 덕에 잠깐 멈춰 서서 한참을 읽었던 적이 있네요. 그날따라 바람이 잔잔해서 글씨가 또렷했던 기억이 납니다.

또 하나, 가벼이 지나치기 쉬운 부분이 지역 군소 상점들이에요. 군항제 기간에만 잠깐 문을 여는 팝콘 노점, 수제 청량음료 파는 작은 매점, 종이접기 공예를 즉석에서 만들어 파는 어르신들까지. 큰 볼거리 사이사이에 이런 조용한 거래들이 계속 움직이거든요. 분위기에 취해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 천천히 걸어 보시면 의외로 값도 착하고 정성도 느껴지는 물건들이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날 사간 물엿종이접기 책자가 아직도 책상 서랍에 있어요. 누가 봐도 진해에서만 살 수 있었던 것이라 가끔 꺼내 들여다 봅니다.

마지막으로 사진 얘기. 요즘은 폰 카메라 성능이 좋아서 누구나 잘 찍는 시대잖아요. 그럼에도 군항제 시기 진해에서는 필름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분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하실 수 있어요. 벚꽃 아래에서 사각거리는 셔터 소리가 묘하게 그 풍경과 어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디지털로 미친 듯이 연사하는 사람 옆에서 한 장 한 장 아끼며 찍는 분들을 보면 시대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새삼 느끼게 되네요. 저도 따라 해보려 했는데 필름값이 요즘 너무 무서워서 결국 못 사 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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